질적인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는 대한민국 의료계 지도를 바꿔놓았다. 2013년(11.70%) 대비 2014년(8.52%)에 3.17% 줄어들기는 했으나 10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요양병원의 성장세는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2001년 28개 기관, 3344개 병상 규모에서 2005~2007년 사이에 폭증한 이후 계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12월 말 1232개 기관 189322병상 규모다. 6년간 요양병원의 총 병상수 연평균 증가율은 20%로, 이는 국내 총 병상 증가율(5.5%)의 3.6배에 달한다.
급격한 성장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생기기 마련인 것처럼 최근 들어 요양병원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요양병원의 급증과 병상 수의 폭증은 정부와 의료당국이 적정 병상 수를 조정하지 못했던 것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까지 우려되고 있다.
10여 년 전 ‘요양병상 대학살’이라고 불릴 정도로 38만 개에서 15만 개로 병상 수를 감축했던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3월 회장으로 선임된 요양병원협회 박용우 회장은 요양병원이 앞으로는 ‘양적인 것보다 질적인 성장으로 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금과 다른 차원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향기가 진한 꽃이 더 아름답다
그 동안 수면 아래에 내제되어 있던 요양병원 문제점들이 하나 둘 세상에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존엄 요양’을 최우선 가치로 운영해온 천안요양병원을 찾았다.
소아과 전문의 출신인 천안요양병원 박용우 이사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노동당에서 ‘국가가 국민생활의 불안을 해소’하는 뜻으로 내세운 슬로건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면서 “우리 병원의 최우선 가치는 환자들의 ‘존엄 케어’”라고 했다. ‘3년 병구완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집안에 중증환자라도 있으면 집안에 훈풍이 도는 날이 별로 없다. 오히려 환자는 환자대로 가족 역시 그 나름대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급격한 고령화로 존엄성을 지키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어려운 게 현대사회의 민낯(No makeup face)이 아닐까?
박 이사장은 “병원에 입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불편한 몸으로 인해 입은 자존감의 상실로 대부분 무력증에 빠져 있었다”면서 “어르신들은 어린아이와 다름없기 때문에 마음은 여리디 여려서 금세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어르신들의 상처 난 마음을 회복시키는데 우선 신경을 씁니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면 잃어버린 자존감도 함께 회복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향기가 진한 꽃이 더 아름답지 않겠습니까?”라면서 “’존엄 케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의료진들의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의료진들이 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재미있게 그리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면서 “특급호텔 서비스가 좋은 것 중 하나가 직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안락한 공간과 시설 등 복지시설에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병원을 신축하면서 설계단계부터 직원 복지시설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병실마다 간병인을 위한 독립된 공간과 침대시설, 영양사들을 위한 별도의 샤워시설도 그 중 하나다.
병실에 있는 독립된 간병인 공간 장애인을 위한 안전설비
휠체어 환자들을 배려한 넓은 화장실 자연과 인접한 옥상쉼터
공공성과 직원의 자부심을 위해 의료재단으로 전환하다
천안에서 자연환경과 교통이 좋기로 소문난 천안시 동남구 삼룡천3길 10에 위치한 천안요양병원은 병원의 외부전경부터 마치 유럽의 여느 특급 호텔을 연상할 만큼 디자인부터 특별하다. 병원 내부 또한 일반적인 여느 병원과는 다르다.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마치 갤러리에 온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유명작가의 그림들이 벽마다 가득하다. 시력이 약한 어르신들을 배려한 간접조명과 휠체어 운행과 동선을 충분히 고려한 공간배치 등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테일이 금세 느껴진다. 요양병원 관계자라면 벤치마킹을 권하고 싶다.
환자의 자존감 회복은 환자들이 심리적인 안정 속에 신속한 재활로 이루어 진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노인 환자들에게는 자기에게 친숙한 환경에서 친숙한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것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야 환자들이 안정감을 갖고 회복 속도가 빠르고 이전의 생활환경으로 복귀가 이뤄 진다. 이와 관련하여 박 이사장은 “어르신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서는 병원, 특히 요양병원은 가정집처럼 느껴지게 해야”한다고 했다.
환자들이 심리적 안정 속에 신속한 재활로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박 이사장은 병원의 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쓰지만 의료진들의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 동안 병원 신축을 위해 직원들에게 배려를 못했으나 2016년부터는 우수 직원에게는 가족동반 해외여행, 자녀 장학사업 등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하이데거, 카프카, 카뮈, 니체 등으로 대표되는 실존철학에 심취했던 전력 때문인지 어르신 환자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남다른 사랑의 실천은 의료진들의 복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병원을 재단으로 전환한 것도 직원들의 복지와 자부심을 향상시키고 지역의 공익을 위한 실천”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의 이러한 실천은 아마도 소아과의원을 개원해서 운영했던 시절, 평생 무한봉사를 실천했던 모친이 당신 모르게 병원을 들렸다가 직원들의 수고를 보시고 “직원들의 은혜를 결코 잊지 말라”는 말씀을 가슴에 담아 실천한다고 했다.
합리적이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박 이사장은 “어떤 조직이라도 몇몇의 뛰어난 능력 때문이 아니라 잘 설계된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혼란이 없습니다. 병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인터뷰 말미를 장식했다. 재활치료사들의 따뜻한 손길이 가득한 5층 재활치료센터를 비롯한 병원 곳곳에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오가는 눈빛 웃음이 비단결처럼 아름다운 천안요양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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